2차 드래프트 LG 트윈스, 전 라운드 '패스'의 의미: 우승팀의 샐러리캡 전략과 선수단 뎁스

2025 KBO 2차 드래프트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LG 트윈스의 결정이었습니다. 리그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우승을 노리는 LG가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모든 지명권을 포기하고 '패스'**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키움 히어로즈가 안치홍을 지명하는 과감성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LG는 보수적인 접근을 택했습니다. 우승팀이 전력 보강의 기회를 외면한 배경에는 단순한 선수단의 만족을 넘어선,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팀 운영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LG의 전 라운드 패스: 굳히기 전략인가, 샐러리캡의 한계인가?

LG 트윈스가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두터운 선수단 뎁스**와 **샐러리캡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 때문이었습니다. LG는 이미 리그에서 손꼽히는 1군급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35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될 만한 선수 중에서도 LG의 1군 로스터에 즉시 도움이 되거나, 보상금과 연봉을 투자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찾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1. 만원(滿員)에 가까운 샐러리캡 상황

LG는 최근 몇 년간 내부 FA 단속과 젊은 선수들의 연봉 상승으로 인해 팀의 연봉 총액이 샐러리캡 상한선에 매우 근접해 있는 상황입니다. 2차 드래프트 지명 시에는 최소 2억 원에서 4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발생하며, 지명 선수의 **연봉**까지 추가로 샐러리캡에 합산해야 합니다.

 

이미 샐러리캡 여유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효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를 지명하는 것은 샐러리캡 페널티 리스크를 감수하는 불필요한 재정적 부담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안치홍처럼 거액의 잔여 FA 계약을 가진 선수가 시장에 나왔지만, LG는 그 계약을 승계하는 것 또한 샐러리캡에 치명적이라고 판단하고 영입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LG가 전력 보강의 유혹보다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했음을 보여줍니다.

 

2. 1군 엔트리 운영의 유연성 확보

2차 드래프트로 지명된 선수는 이적 후 이듬해 1군 엔트리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강력한 뎁스를 가진 LG의 경우, 1군 자리가 매우 치열합니다.

 

만약 35인 외에서 데려온 선수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이거나 기존 선수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그 선수를 의무적으로 1군 엔트리에 넣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팀 운영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LG는 검증되지 않은 외부 자원에게 귀중한 1군 엔트리 자리를 할애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LG의 '내부 육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

LG의 패스는 곧 현재의 선수단과 팜 시스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LG는 이미 오스틴 딘, 오지환, 박동원 등 주전 라인업이 확고하며, 벤치 자원과 영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2차 드래프트로 외부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그 기회와 자원을 **퓨처스리그(2군) 선수들의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입니다.

• **젊은 투수진의 성장:** LG 퓨처스팀에는 박명근, 김윤식 등을 잇는 잠재력 있는 투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외부 영입보다는 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장기적인 팀 전력에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유망주 보호의 완성:** LG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4년차 군 보류 자동 보호' 규정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보호 명단 35인 외에 잠재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추가로 보호하며, 타 구단에게 전력 유출의 빌미를 주지 않았습니다.

패스가 던지는 메시지: '우리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LG 트윈스의 전 라운드 패스는 '우리는 지금 이 전력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샐러리캡의 리스크는 지지 않겠다'는 철저히 계산된 운영의 결과였습니다.

 

2차 드래프트가 '미니 드래프트'로 전락하고 샐러리캡 제도가 구단 운영의 핵심 변수가 된 현실에서, LG는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 영입을 포기한 만큼, 2026시즌에는 기존 선수들의 분발과 내부 육성 선수들의 성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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