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모지에서 피어난 기적, 이채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설상 종목의 새 역사가 쓰였습니다. 바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 출전한 이채운 선수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스노보드, 특히 하프파이프는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신체적인 조건과 환경적인 인프라의 차이로 인해 아시아 선수, 특히 한국 선수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던 이 종목에서 이채운은 당당히 실력으로 그 벽을 허물었습니다.
예선전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단순히 '운'이나 '컨디션'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월드컵 시리즈와 세계선수권대회를 거치며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량이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만개한 것입니다. 예선 1차 시기부터 안정적인 런으로 심판들의 눈도장을 찍었고, 2차 시기에서는 더욱 과감한 기술 배치를 통해 상위권 점수를 확보하며 결선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는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상 이상호 선수의 메달 획득 이후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가 놀란 압도적 고난도 기술
이채운 선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가 구사하는 기술의 난이도에 있습니다. 하프파이프는 단순히 높이 뛰는 것뿐만 아니라, 공중에서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회전을 수행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채운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 '트리플 코크(Triple Cork)'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트리플 코크는 공중에서 대각선으로 세 바퀴를 도는 기술로, 체조 선수조차 평지에서 하기 힘든 동작을 스노보드를 신고 얼음 파이프 위에서 해내는 것입니다. 그는 여기에 더해 1440도 회전(4바퀴 회전)을 연속으로 연결하는 콤비네이션 기술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예선에서는 결선을 위해 기술을 100% 다 보여주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을 택했지만, 결선에서는 그가 숨겨둔 필살기를 모두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그의 장점은 높은 체공 시간(Amplitude)입니다. 파이프 립(Lip)을 떠나 공중으로 솟구칠 때의 높이가 타 선수들을 압도합니다. 높이가 높을수록 체공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더 많은 회전과 더 안정적인 착지가 가능해집니다. 이채운의 점프는 마치 무중력 상태를 유영하는 듯한 우아함과 파워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결선 관전 포인트: 전설들과의 경쟁
이제 결선은 진검승부입니다. 예선 성적은 리셋되고, 오직 결선 당일의 세 차례 연기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가 결정됩니다. 이채운이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 호주의 스코티 제임스 등 세계적인 스노보드 황제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이들은 올림픽 금메달과 X-Games 우승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입니다.
하지만 이채운에게는 '젊음'과 '패기'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경쟁자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때, 잃을 것이 없는 도전자 입장의 이채운은 오히려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채운이 실수 없이 자신의 루틴을 완벽하게 소화한다면, 충분히 포디움(시상대)에 올라설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런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시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두면, 나머지 시기에서 더욱 공격적인 고난도 기술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프파이프의 매력과 채점 기준
하프파이프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채점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판들은 크게 네 가지 요소를 봅니다.
첫째는 높이(Amplitude)입니다. 파이프 위로 얼마나 높게 솟구쳤는지를 봅니다.
둘째는 난이도(Difficulty)입니다. 회전수와 축의 복잡성을 평가합니다.
셋째는 다양성(Variety)입니다. 계속 같은 방향으로만 도는 것이 아니라, 정방향과 역방향(Switch) 회전을 골고루 섞어야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마지막은 완성도(Execution)입니다. 착지가 얼마나 깔끔한지, 손으로 눈을 짚지 않았는지 등을 봅니다.
이채운 선수는 이 네 가지 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올라운더'형 선수입니다. 특히 스위치 스탠스(반대 발을 앞으로 하고 타는 기술)에서의 기술 구사 능력이 탁월하여 다양성 점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계방송을 보실 때 이채운 선수가 파이프의 왼쪽 벽과 오른쪽 벽을 오가며 보여주는 리듬감과, 공중에서 보드를 잡는 '그랩(Grab)' 동작을 얼마나 길고 스타일리시하게 유지하는지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역사를 향한 비상
이채운 선수의 결선 진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한국 스노보드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밀라노의 밤하늘을 가르며 보여줄 화려한 비상은, 그를 바라보며 꿈을 키울 수많은 스노보드 꿈나무들에게 최고의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부담감은 내려놓고, 그저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믿고 마음껏 즐기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채운 선수의 날개짓 하나하나에 환호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 밤, 밀라노의 설원 위에서 펼쳐질 이채운의 기적 같은 드라마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자존심, 이채운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