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시장에 가면 "고춧가루 몇 근 주세요", "마늘은 얼마나 까야 해요?"라고 묻는 주부님들을 많이 봅니다. 매년 하는 김장이지만, 할 때마다 양 가늠이 안 돼서 재료가 남거나, 김장 도중에 양념이 모자라 마트로 달려가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곤 하죠.
특히 배추 크기가 해마다 다르다 보니 더욱 헷갈립니다. 오늘은 그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배추 10포기 양념 황금 비율 계산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기준 잡기: 배추 10포기 = 절임 배추 20kg
먼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배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속이 꽉 찬 배추 10포기를 절이면 약 20kg 내외가 됩니다. 요즘 많이 주문하시는 절임 배추 20kg 한 박스가 바로 7~10포기 분량입니다. 따라서 모든 양념은 '절임 배추 20kg'을 기준으로 잡으시면 가장 정확합니다.
가장 중요한 고춧가루와 젓갈 계산
1. 고춧가루: 10~13컵 (약 1kg~1.3kg / 약 2근)
보통 '배추 1포기에 고춧가루 1컵(종이컵)'이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배추는 크기 때문에 조금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색을 곱게 내고 싶거나 매운 걸 좋아하시면 1.2kg(2근), 맵지 않고 허여멀건하지 않을 정도만 원하시면 1kg(약 10컵)이면 충분합니다.
2. 젓갈(액젓+새우젓): 총 4~5컵 (약 800ml~1L)
액젓만 넣으면 맛이 가볍고, 새우젓만 넣으면 시원하지만 감칠맛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섞어 쓰는 게 정답입니다.
* 멸치/까나리 액젓: 2.5컵~3컵
* 새우젓: 1.5컵~2컵
* 생새우: 넣는다면 2컵(400g) 정도 추가 (이때 액젓 양을 반 컵 줄이세요)
필수 향신 채소 정량: 마늘, 생강, 파
마늘 까는 게 일이라 미리 다진 마늘을 사시기도 하는데요, 양을 얼마나 사야 할까요?
1. 마늘: 500g (약 3컵~4컵)
마늘은 넉넉히 넣어야 맛있습니다. 절임 배추 20kg 기준으로 깐마늘 500g 한 봉지면 딱 맞습니다. 밥그릇으로 수북하게 2그릇 정도 나옵니다.
2. 생강: 100g~150g (마늘의 1/3~1/4)
생강은 마늘 양의 1/3을 넘지 않게 주의하세요.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3~4톨 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김치에서 쓴맛이 납니다.
3. 쪽파와 갓: 각 1단씩
쪽파는 '큰 단' 기준 1단, 갓(홍갓/청갓)은 '작은 단' 기준 1단이면 됩니다. 무채용 무는 큰 것 2개(약 3kg), 믹서에 갈아 넣을 무 1개까지 총 3개 정도 준비하시면 됩니다.
양념이 남거나 모자랄 때 대처법
이렇게 계량해도 배추가 유난히 크거나 속을 많이 넣으면 양념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고춧가루와 액젓은 여유분을 10% 정도 더 사두는 게 안전합니다.
만약 양념이 모자랄 것 같다면? 무채를 썰어 넣지 말고 남은 무를 믹서에 갈아서 고춧가루, 액젓을 섞어 '양념 불리기'를 하세요. 부피가 늘어나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양념이 남았다면? 절대 버리지 마세요.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봄동 겉절이나 깍두기 담글 때 쓰면 숙성된 양념이라 훨씬 깊은 맛이 납니다.
이제 마트나 시장에서 헤매지 마세요. "고춧가루 2근, 마늘 반 관(접), 쪽파 한 단 주세요!" 자신 있게 외치고, 딱 떨어지는 배추 10포기 양념으로 알뜰하고 똑똑한 김장을 하시기 바랍니다.
